김종호(30·NC)는 2년 전만 해도 1군 경험이 24경기에 불과했던 무명선수였습니다. 다른 길을 고민했을 만큼 긴 터널 속을 걷던 그였기에 가을야구는 꿈꿔볼 겨를조차 없었습니다. 그랬던 김종호가 팀의 주전 선수로 당당히 포스트시즌을 치르고 있습니다. 그는 "준플레이오프(준PO) 1차전을 앞두고 새삼 '어떻게 내가 포스트시즌에서 타석에 들어설 수 있었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까지 야구를 해왔던 시간을 돌아볼 만큼 감회가 남다르다"고 말합니다.
김종호는 지난해 프로야구 최고의 '오뚝이'였습니다. 2007년 삼성에 입단했지만 두터운 외야진을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어 2군을 전전했습니다. 그러나 2012년 11월 보호선수 20인 외 특별지명으로 NC로 이적한 뒤 야구 인생이 달라졌습니다. 지난해 전 경기에 출전하며 주전으로 도약했고 주무기인 빠른 발로 도루왕까지 차지했습니다.
당시 프로야구 시상식에서 울먹이며 소감을 말하던 그의 모습에서 그동안의 고된 흔적이 전해졌습니다. 누구보다 가족에게 고맙고 미안했습니다. 영광의 순간 김종호는 "야구를 내려놓고 싶을 때마다 사랑하는 가족을 생각하며 힘을 냈다"고 말했습니다. 사실 그의 아내 박수정(30)씨와 아들 성원군은 그전까지 '김종호의 가족'으로 세상에 알려지지 못했습니다. 이제 막 새 둥지를 튼 무명선수의 현실이 이를 쉽게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한 여자의 남편, 아이의 아버지가 된 김종호는 가장의 책임감으로 경기에 나섰고 마침내 자신의 가치를 증명했습니다.
가족을 향한 마음은 더욱 굳건한 각오로 이번 포스트시즌에 임하게 합니다. 김종호는 지난겨울 일간스포츠 지면을 통해 아내에게 마음을 담은 편지를 전하면서 "내년 이맘때에는 진짜 결혼식도 올리자"고 했습니다. 약속대로 두 사람은 오는 11월에 정식 결혼식을 올립니다. 김종호는 "아는 사람 하나 없는 마산에서 힘든 내색 없이 뒷바라지해준 아내가 정말 고맙다"며 "포스트시즌에서 팀의 좋은 성적을 이끌어 더욱 많은 축하를 받는 결혼이 되고 싶다"고 가을 야구에 의미를 전했습니다.
물론 승부의 세계에 몸담고 있는 선수로서의 욕심도 있습니다. 그는 "올 정규시즌에서 지난해만큼 활약하지 못했기 때문에 포스트시즌에선 제 몫을 다 하고 싶다"고 합니다. 이번 시리즈를 잘 치러 내년 시즌을 기분 좋게 대비하겠다는 생각입니다. 물론 팀 성적이 우선입니다. 김종호는 "정규시즌엔 잘해야겠다는 부담감에 생각만 많아졌다. 욕심부리지 않고 팀이 원하는 역할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전했습니다.
아직 이르지만 친정팀인 삼성을 상대로 '꿈의 무대'를 치르고 싶은 마음도 전했습니다. "떠나온 삼성과 한국시리즈를 치른다면 어떤 기분일 것 같은가"라고 묻자 김종호는 말을 아끼면서도 "한 번쯤은 꿈꿔본 일이다"며 "지금은 떨리지 않는데 그때가 되면 조금 떨릴 것 같다. 그래도 더욱 활약하고 싶을 것 같다"고 웃으며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