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포수 최경철(34)은 25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준플레이오프(준PO) 4차전에서 팀이 8-3으로 앞선 7회 2타점 중전 안타를 때려냈습니다. 1루를 돈 그는 두 팔을 번쩍 들었는데요. 1차전에서 쐐기 3점 홈런을 터뜨린 뒤 두 팔을 들던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기자는 당시 최경철에게 홈런 세리머니에 대해 물었습니다. 돌아온 대답은 "내가 팔을 들었어요? 파울이 되나 해서 공만 쳐다봤는데…." 상대에 대한 배려와 겸손을 느낄 수 있는 대답이었습니다.
동의대를 졸업하고 2003년 SK에서 프로 무대를 밟은 최경철은 1군보다 2군에서 보낸 시간이 더 많습니다. 투수 리드와 송구, 블로킹 등 수비는 안정적이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타격이 워낙 약해 기회를 얻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묵묵히 땀을 흘리며 자신의 강점인 수비 훈련에 온 힘을 쏟았습니다. 2012년 넥센으로 팀을 옮긴 최경철은 지난해에는 LG로 트레이드됐습니다. 팀이 11년 만에 포스트시즌(PS) 진출에 성공했지만, 그에게는 다른 세상의 이야기였습니다.
오랜 기다림 끝에 마침내 기회가 찾아왔습니다. 현재윤과 윤요섭이 부상을 당해 전력에서 제외되면서 최경철은 데뷔 11년 만에 주전 마스크를 썼습니다. 그러나 그는 "주전 포수라고 하기에는 아직 실력이 부족합니다"라며 자신을 낮췄습니다. 그리고 늘 그래왔듯 수비에 집중했습니다. 지난 7월 데뷔 후 첫 만루홈런을 터뜨렸을 때에도 "만루홈런보다 실점을 한 것이 더 속상했다"고 말할 정도였습니다.
최경철은 평소 과묵하고 얌전한 성격으로 유명합니다. 데뷔 후 처음 받는 엄청난 스포트라이트에 어색함을 감추지 못할 때가 많습니다. 그는 "미안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삽니다. 경기에서 패하거나, 실점을 하게 되면 자신에게 책임을 돌립니다. "투수는 잘못이 없다. 내가 볼 배합을 제대로 하지 못해서 그렇다. 동료들에게 미안하다"고 합니다.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결과에 대한 책임을 지는 모습에 동료들은 신뢰를 보냅니다. 우리 시대가 원하는 '리더'의 모습이기도 합니다.
최경철은 사실상 처음 맞은 이번 가을야구에서 11년의 한(恨)을 푸는 활약을 펼쳤습니다. 강점인 수비는 물론 방망이까지 폭발하면서 준PO MVP에 선정됐는데요. 최경철의 준PO 활약을 두고 노력, 성실, 대기만성 등 수많은 수식어가 따라오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가 여기까지 오는 데는 '겸손'이 가장 큰 영향을 끼쳤다는 생각이 듭니다. 상대를 배려하고, 자신을 낮추는 겸손한 자세가 성공의 열쇠였습니다.
25일 LG의 플레이오프(PO) 진출이 확정된 직후 최경철을 만나 7회 안타 때 나온 세리머니에 대해 물었습니다. 그는 "내가 또 그랬어요?"라며 화들짝 놀란 뒤 "솔직히 기뻤어요. 그러나 상대를 자극하려는 뜻은 전혀 없었어요"라고 말했습니다. '겸손한 남자' 최경철의 가을 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