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말, 팀의 스프링캠프에 뒤늦게 합류한 넥센 박동원(24)에게 각오를 묻자 돌아온 답입니다. 지난 시즌에 대한 반성과 아쉬움이 그대로 전해졌습니다.
그는 2013년을 '주전 포수'로 시작했습니다. 이전까지 1군 경험이라고는 입대 전인 2010년 7경기가 전부인 그였지만, 염경엽 넥센 감독은 '큰 미래'를 그리며 박동원에게 힘을 실어줬습니다. 박동원도 "중요한 기회가 왔으니 무조건 잡아야 한다"며 의지를 불태웠죠. 하지만 그는 1군 무대에 좀처럼 적응하지 못했고 공수에서 모두 아쉬움을 남겼습니다. 결국 시즌 중반부터 주전 자리를 선배 허도환(30)에게 넘겨주고는 타율 0.194(98타수 19안타), 1홈런 6타점으로 한 해를 마무리했습니다. 시즌 후에는 오른 손목 수술을 받느라 1차 스프링캠프 명단에서도 제외됐습니다. 넥센의 2군 구장이 있던 전남 강진에 남아 재활을 하던 그는 마음을 더 독하게 먹었을 겁니다.
올 시즌 그에게 맡겨진 역할은 '백업 포수'였습니다. 그런데 기회가 왔습니다. 지난 7월8일 청주 한화전을 앞두고 허도환이 몸 상태가 좋지 않아 박동원이 선발로 나서게 됐죠. 이전까지 18타수1안타를 기록 중이던 그는 이날 시즌 첫 홈런을 때려내며 맹활약했습니다. 이후 그가 선발로 나서는 경기가 부쩍 늘었고, 염 감독은 "박동원이 자신감이 많이 붙었다. 블로킹도 더 좋아지고, 송구도 정확해졌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이제 넥센의 안방마님은 누가 뭐라 해도 박동원이죠. 하지만 그는 "오늘 경기만 생각하겠다"며 자신을 계속 몰아부치고 있습니다.
넥센의 가을 안방도 당연히 그가 지킵니다. 준플레이오프에서 LG 최경철과 NC 김태군의 활약으로 '포수 시리즈'로 불리는 이번 포스트시즌에 대해 박동원은 "포수가 중요한 자리 아닌가"라며 "작년에는 멋모르고 했지만, 올해는 공부도 많이 하고 준비도 더 열심히 했다"며 자신감을 내비쳤습니다.
'첫 가을야구'에서도 쓰라린 실패를 맛본 그입니다. 지난해 두산과의 준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교체 선수로 나선 그는 연장 14회 말 무사 1·3루에서 두산 이원석이 우전 안타를 때리자 허탈함에 자리에서 일어나 더그아웃 쪽으로 몸을 돌렸습니다. 팀 선배인 우익수 송지만이 혼신의 송구를 했지만, 뒤늦게 자리에 돌아온 그가 공을 받기엔 늦은 시간이었죠. 그는 물론 팀에도 두고두고 후회로 남는 장면입니다.
하지만 염 감독은 여전히 그를 신뢰하고 있습니다. 염 감독은 "경험이 부족해서 그랬던 것이지, 나태한 선수가 아니다"며 감싸안았습니다. '젊고 힘 있는' 박동원이 이제 '경험'도 쌓아나가며 그렇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올해는 해피 엔딩의 가을을 써내려갈 수 있겠죠.